바보 변기영'과 '바보 노무현'의 차이-[최보식 칼럼]- Difference between the President, stupit Lo Moo Hyon & foolish Msgr. Byon- Column by Choi Bo Shick -<최보식 칼럼>
[최보식 칼럼] '바보 변기영'과 '바보 노무현'의 차이
- 최보식·선임기자 cong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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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보식·선임기자
봉하마을을 다녀왔다 그가 민주당 후보였을 때 가본 뒤로
6년만이다 좁고 파인 길, 밭과 야산,낡은 시멘트 담…
그런 풍경은 이제 없었다.
6년만이다 좁고 파인 길, 밭과 야산,낡은 시멘트 담…
그런 풍경은 이제 없었다.
봉하마을을 다녀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을 때 취재차 가본 뒤로, 6년 만이다. 좁고 파인 길, 밭과 야산, 낡은 시멘트담, 슬레이트 지붕…그런 풍경은 이제 없었다.
마치 신도시로 들어가는 것처럼 왕복 2차선 도로가 뚫려있었다. 길을 물을 일도 없었다.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은 성공한 대통령입니다' 현수막을 따라가니, '대통령 마을' 관광지에 도착했다. 대형 관광버스들이 서있는 주차장, 관광안내소, 종합복지관, '봉하빵' 기념품가게들이 다 초면(初面)이었다.
골목 입구에 쳐놓은 폴리스라인에서, 연고동색 목재와 유리로 된 멋진 대통령 사저를 바라볼 수 있었다.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빌린' 15억원도 이 집을 짓는 데 썼다고 한다. 서울과 지방의 땅값 차이는 있지만, 역대 대통령의 사저 중 가장 넓다. 재임 시절 그가 청와대를 방문한 노사모 핵심 멤버들에게 "집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자"고 약속했을 만하다.
당초 봉하마을에 들른 것은 그의 이해할 수 없는 몰락(沒落)에 대해 쓸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제 독자들은 그 이름만 나와도 질린다. 글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이 꽃피는 봄날에는 좋은 생각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는가.
그래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서 깊숙이 들어간 '천진암'으로 갔다. 이곳에는 우리 나이로 일흔살인 변기영 신부가 산다. 그는 혼자의 고집으로 시작해 여기서 34년째 '천진암 대성당'을 짓고 있는 중이다.
"한때 늘씬했던 젊은 신부가 어느덧 방바닥에 늘어놓은 메줏덩이 같은 몸이 됐다"는 그의 말대로, 대성당을 짓기 위해 여기서 반평생을 쏟았던 셈이다. 그런데 막상 광활한 빈터에는 사방 출입문 자리를 표시한 철골과 정방형의 화강암석들만 놓여있을 뿐이다. 몇 년 전에 왔을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풍경이다.
"진척 공정이 부지하세월이군요."
참지 못해 촌평하자, 노신부의 답변은 무심하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니까 그렇지요."
그에 따르면, 보란 듯이 건물만 후딱 올리면 끝이 아니다. 야산자락을 깎아 마련한 성당 터를 몇 년간 일부러 그대로 묵혔다. 뜨거운 햇볕과 추운 눈보라에 노출돼야 지반이 단단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차 사람들이 몰려올 것에 대비해 계곡에 흐르는 물을 가둬 용수(用水)를 확보했고, 주변에 어울리는 무궁화도 16만 주를 심었다고 설명했다.
"순리대로 잘 되고 있고 너무 서둘러 짓는 게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어요. 체코 프라하 대성당은 935년에 터를 닦아 1929년 낙성식을 했으니 1000년간 지은 것이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성당은 1882년부터 아직까지 짓고 있고…"
그가 세워놓은 건축기간은 '100년'이다. 관공서에서는 "건축기간이 100년 걸리는 것은 건축법상 불법"이라며 처음에는 허가를 안 내주려고 했다. 인근 별장에 머물다 이 소문을 듣고 찾아온 재벌 회장은 "신부님이 100년을 살 수 있겠습니까?" 하며 그 어리석음을 탓하기도 했다.
사실 요즘 세상에서 밀어붙이면 그런 긴 세월이 걸릴 리 만무하다. 재원이 마련되면 현대적 공법과 중장비를 총동원해 3년 안에도 건물을 올릴 수 있다. 그도 '바보'가 아닌 이상 안다.
하지만 그는 건축 경비를 위해 특별헌금을 내라고 들볶지도 않고, 기념품을 팔거나 수익사업을 벌이지도 않는다. "가난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결핍이 있어야 기도하는 가운데 겸손해진다"는 말만 한다. 이곳을 둘러본 신자들이 마음에 감동이 있어 보내오는 헌금만 받는 식이다. 아직 박연차 같은 인물을 못 만나서 그런지, 재벌로부터 지원받은 적도 없다.
"대성당 낙성식 때 감사패라도 받을 수 있어야 돈을 내고 싶을 텐데, 100년이나 걸리니 생전에 언제 감사패를 받겠소. 무엇보다 나중에 이 역사적인 성당이 어느 돈 많은 재벌의 기부로 지어졌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세워진 건축물보다 그걸 짓는 과정, 100년 동안 짓겠다는 정신이 더 소중하지요."
그는 대성당이 자신의 생전에 완공되지 않을 것임을 안다. "자기가 결실을 다 보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내가 이만큼 해놓으면 다음에 누가 이어 짓겠지요."
이 노신부가 인격적으로 완벽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처럼 먼 길을 '느리지만 분명한'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는 실로 귀하다. 대부분 말로만 요란하게 꾸며 떠드는 데 능할 뿐이다. 또한 그처럼 '여유 있는' 집념을 가진 이는 찾기 어렵고, '각박한' 집념의 인물만 넘쳐난다. 내일 그런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다.
마치 신도시로 들어가는 것처럼 왕복 2차선 도로가 뚫려있었다. 길을 물을 일도 없었다.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은 성공한 대통령입니다' 현수막을 따라가니, '대통령 마을' 관광지에 도착했다. 대형 관광버스들이 서있는 주차장, 관광안내소, 종합복지관, '봉하빵' 기념품가게들이 다 초면(初面)이었다.
골목 입구에 쳐놓은 폴리스라인에서, 연고동색 목재와 유리로 된 멋진 대통령 사저를 바라볼 수 있었다.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빌린' 15억원도 이 집을 짓는 데 썼다고 한다. 서울과 지방의 땅값 차이는 있지만, 역대 대통령의 사저 중 가장 넓다. 재임 시절 그가 청와대를 방문한 노사모 핵심 멤버들에게 "집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자"고 약속했을 만하다.
당초 봉하마을에 들른 것은 그의 이해할 수 없는 몰락(沒落)에 대해 쓸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제 독자들은 그 이름만 나와도 질린다. 글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이 꽃피는 봄날에는 좋은 생각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는가.
그래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서 깊숙이 들어간 '천진암'으로 갔다. 이곳에는 우리 나이로 일흔살인 변기영 신부가 산다. 그는 혼자의 고집으로 시작해 여기서 34년째 '천진암 대성당'을 짓고 있는 중이다.
"한때 늘씬했던 젊은 신부가 어느덧 방바닥에 늘어놓은 메줏덩이 같은 몸이 됐다"는 그의 말대로, 대성당을 짓기 위해 여기서 반평생을 쏟았던 셈이다. 그런데 막상 광활한 빈터에는 사방 출입문 자리를 표시한 철골과 정방형의 화강암석들만 놓여있을 뿐이다. 몇 년 전에 왔을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풍경이다.
"진척 공정이 부지하세월이군요."
참지 못해 촌평하자, 노신부의 답변은 무심하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니까 그렇지요."
그에 따르면, 보란 듯이 건물만 후딱 올리면 끝이 아니다. 야산자락을 깎아 마련한 성당 터를 몇 년간 일부러 그대로 묵혔다. 뜨거운 햇볕과 추운 눈보라에 노출돼야 지반이 단단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차 사람들이 몰려올 것에 대비해 계곡에 흐르는 물을 가둬 용수(用水)를 확보했고, 주변에 어울리는 무궁화도 16만 주를 심었다고 설명했다.
"순리대로 잘 되고 있고 너무 서둘러 짓는 게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어요. 체코 프라하 대성당은 935년에 터를 닦아 1929년 낙성식을 했으니 1000년간 지은 것이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성당은 1882년부터 아직까지 짓고 있고…"
그가 세워놓은 건축기간은 '100년'이다. 관공서에서는 "건축기간이 100년 걸리는 것은 건축법상 불법"이라며 처음에는 허가를 안 내주려고 했다. 인근 별장에 머물다 이 소문을 듣고 찾아온 재벌 회장은 "신부님이 100년을 살 수 있겠습니까?" 하며 그 어리석음을 탓하기도 했다.
사실 요즘 세상에서 밀어붙이면 그런 긴 세월이 걸릴 리 만무하다. 재원이 마련되면 현대적 공법과 중장비를 총동원해 3년 안에도 건물을 올릴 수 있다. 그도 '바보'가 아닌 이상 안다.
하지만 그는 건축 경비를 위해 특별헌금을 내라고 들볶지도 않고, 기념품을 팔거나 수익사업을 벌이지도 않는다. "가난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결핍이 있어야 기도하는 가운데 겸손해진다"는 말만 한다. 이곳을 둘러본 신자들이 마음에 감동이 있어 보내오는 헌금만 받는 식이다. 아직 박연차 같은 인물을 못 만나서 그런지, 재벌로부터 지원받은 적도 없다.
"대성당 낙성식 때 감사패라도 받을 수 있어야 돈을 내고 싶을 텐데, 100년이나 걸리니 생전에 언제 감사패를 받겠소. 무엇보다 나중에 이 역사적인 성당이 어느 돈 많은 재벌의 기부로 지어졌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세워진 건축물보다 그걸 짓는 과정, 100년 동안 짓겠다는 정신이 더 소중하지요."
그는 대성당이 자신의 생전에 완공되지 않을 것임을 안다. "자기가 결실을 다 보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내가 이만큼 해놓으면 다음에 누가 이어 짓겠지요."
이 노신부가 인격적으로 완벽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처럼 먼 길을 '느리지만 분명한'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는 실로 귀하다. 대부분 말로만 요란하게 꾸며 떠드는 데 능할 뿐이다. 또한 그처럼 '여유 있는' 집념을 가진 이는 찾기 어렵고, '각박한' 집념의 인물만 넘쳐난다. 내일 그런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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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타령]을 編曲하며, 혼자서 흥얼거리는 바보의 콧노래
-Msgr. Byon-
[바보 타령]을 編曲하며, 혼자서 흥얼거려 보는 바보의 콧노래가 氷泉潭으로 흐르는 산골 도랑물 소리에 합쳐서, 들렸다 안 들렸다 하고 있긴 하지만!
얼마 전 某 日刊紙에 [바보 卞基榮과 바보 노무현의 차이]라는 글이 실려 있었다. 내가 바보라는 것이다. 처음 듣는 소리다. 그런데, 전에 방귀께나 뀌던 사람과 함께 싸잡아서 [바보]라니, 바보들 중에 그래도 큼직한 바보들 축에 끼어 넣어, 바보라고 하므로, 좀 과분하게 느끼고 있는, 실로 [진짜 바보]가 아닌가? 그런데 이런 바보의 말을 듣고, 믿고, 찾아주는 信者들이 있으니, 이들 역시, [바보 信者들]이 아니랴!, 이런 바보신자들이 다니고 있는 오늘의 韓國天主敎會역시 [바보들의 天主敎會]가 아닐까? 사실 다른 데는 극성을 떨며 뛰어다니면서도, 天主恭敬하는 큼직한 집 한 채도 없이, 아직도 비좁은 救護物資 大聖堂에서 비비대며 아우성치고 있는 터에, 우리 손으로 집 한 칸 좀 마련해 보자는 데는, 馬耳東風 격으로 못들은 체들을 하니, 어찌 바보들이 아니며, 바보들의 교회가 아니랴!
그런데 나 보고만 바보라고 하지 않고, 前의 某 대통령도 바보라고 한다면, 그런 바보라는 사람을 글쎄 대통령으로 뽑은 우리 국민들도 혹시 [바보 국민들]이 아닐까? 더욱이 그런 바보라는 이가 대통령하던 우리나라도 [바보 나라]가 아닐까? 또한 그런 바보라고 하는 이를 아직도 못 잊어 몹시 그리워하며 존경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니, 혹시, 그들 역시도, 우리 바보 천주교 신자들처럼, [바보들]이라고 봐야 할는지!? 그런데, 우리가 바보면, 얼마나 바보며, 우리가 [바보]가 아니라면 얼마나 바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랴? 우리 모두 멍석 위의 도토리들이 서로 큰 체 하느라고 키를 대보는 격이 아니랴? 蝸牛角上競爭長短이라드니, 실로 달팽이들의 머리에 나온 두 뿔들이 서로 제가 더 길다고 다투는 격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사실 우리 모두가 지금 [바보들의 전성시대]에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랴? 그러니, 우리 모두가 진짜 바보들 같이만 느껴지는 것도 [바보 같은 생각]이 아닐 수 없겠지만, 하여간 이 역시 사실이니 어찌하랴! 그러나 近墨者黑이라는데, 혹시 珠玉같은 글 속에 우리네 바보들 이야기를 쓰는 분들 역시, [바보들]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도 바보다운 생각인가보다!
두어 달 전부터 우리 대문 앞 나무 위에 설계도도 한 장 없이, 또 톱이나 도끼 같은 연장 한 자루도 없이, 주둥이로만 나뭇가지 물어다가 집을 짓는 까치는 벌써 준공식을 하였는지, 알을 낳았는지, 집들이를 하는지 야단인데, 천진암대성당을 100년 계획으로 지어보자고 중얼거리면서, 1985년 봄부터 삽을 들기 시작하여 오늘까지 거의 4반세기가 되도록, 부스럭거리기만 하는 이 얼간이는 참으로 무능한 [진짜 바보]가 아닐 수가 없구나!
故 김수환 추기경님이 자신을 [바보]라고 자화상과 함께 글을 쓴 것이 있다고 하고, 前의 某 대통령역시, 선거유세 중인지, 강연 중에서인지, 어쩌다가, 자신이 [바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내가 바보라고 스스로 말하거나 글을 쓴 적은 없다고 생각하니, 마치 만취한 사람일수록, 자신은 절대로 술에 취하지 않았다고 우겨대듯이, 스스로가 바보인 줄 모르고, 말로나 글로, 침묵으로 이 사실을 숨기면서, 내가 바보가 아닌 체하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으므로, 이 역시, 내가 바보 중에 [진짜 바보]라는 실증이 아니랴?
하기야 그동안, 얼마나 수없이 실제로 바보 취급과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는지! 종종 들어 내놓고 이 바보를 筆舌로 비아냥거리다 못해 할퀴고, 긁어대며, 찌르고, 꼬집으며, 짓밟고 걷어차며, 흉보고, 놀리면서, 끌어당기고 밀치는 통에, 늘 만신창이가 된 것도 모르는 이 아둔한 바보가 이제껏 얼마나 들볶이며 쪼들리고 시달리며, 웃음거리와 놀림감이 되어 왔는데도, 아직도 죽지 않고, 쓰러지지 않고, 숨을 쉬고, 걸어 다니며, 주책을 떨면서 살아오고 있는 체하며, 숨을 쉬고 있는 것은, 진짜든 가짜든, 실제로 바보처럼, 차라리 바보답게, 기꺼이 바보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둔하고 미련하며 아둔한 이 바보는 아무리 자신이 걸어온 제 길을 뒤로 되돌아봐도, 누구에게도 억울하게 손해 끼치는 일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확신하며,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그냥 마냥, 해가 뜨면 일어나 일하고, 해가 지면, 들어와서 심지 돋구어 놓고 두어 줄 글을 읽으며 매일 그렇게 살고 있을 따름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실제로 이 바보는 남에게 손해 끼칠 일을 생각하거나 저지를 만큼, 그렇게 할 만한 주변머리도 없는 바보가 아닌가? 다만 때때로, 교회 일을 가지고, 특히 부동산 꾼들 중, 그 누구에게도 폭리를 남겨 주지 않는다 하여, 바보의 없는 흉을 만들어가며, 아무 말이나 막하며 욕을 퍼붓는 이들도 심심찮게 없지 않았었지만, 지치도록 나를 바보취급을 하다가 스스로들이 그만둘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참으로 무디고 둔한 귀머거리 바보 중의 最上級의 바보가 바로 이 바보가 아니랴? 그렇다. 밀가루 반죽처럼, 찌르면 움푹 들어간 채로 있고, 쥐고 잡아당기면 늘어난 채로 있고, 좀 떼어 가면 떼어간 자국 그대로 지니고 다니는 바보가 아닌가?
그러나 바보의 특징은 복잡하고 대단한 걱정 속에서도 잠을 싫건 잘 잔다는 것인데, 이 바보는 오죽이나 얼간이 바보면, 한 평생 실제로 해가 져서 밤이 되고 잠이 들어도 꿈 한 번을 꾸어보지 못하며, 아주 죽은 듯, 한 번 잠이 들고나면,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얼마나 어떻게 세상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마치 무덤에서 앙상하게 탈골된 유해가 일어나듯,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고작이니, 꿈을 모르는, 꿈이 없는 잠꾸러기, [진짜 바보]가 바로 내가 아니고 누구랴!
그렇지만 바보에게는 평화가 있고, 걱정이 없는 것 역시 그 삶의 특징 중 하나다. 내일 수만 명 신도가 모이는 행사를 하루 앞두고도, 전날과 다름없이 밤새도록 잠을 잘 자는 것이 바로 내 수면생활이니, 실제로 바보다. 걱정이 없으니, 70을 앞두고도 아직까지 남들처럼 검은 구두약 한 번 바르지 않고도 자연산 검은 머리로 그대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동갑네 옛 學友들을 보니, 대체에서 살면서 영양가치 많은 것을 너무 자주 많이 싫건, 지쳐서 피곤하도록 잘 먹고 지내서인지, 머리가 흰 토끼털로 덮여 있는 듯한데, 이 바보가 사는 천진암 성지는 경기도 광주산맥 上上峰 아래 바로 중턱의 심산궁곡이어서, 고사리랑 취나물이랑을 주로 먹고 살아서인지, 아직도 검은 머리가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사실 山 돼지는 아무리 늙어도 白돼지가 되는 법이 없으니, 이 역시 山門 밖을 나가 보기 두려워하는 산골 바보의 증명서이기도 하다. ● 작성일 : 2009-05-13(23:53), No. 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