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머리 오목눈이 꼬마 새 집에 옥색 알들을 깨고,
곡수리 공소 사제관 현관 바로 앞의 분홍색 영산홍들이 한판 벌린 회갑 잔치가 꿀로 이른 봄에 달포가량이나 아주 성대하게 태극기까지 걸어놓고, 귀빈들도, 심지어 엄지 손가락처럼 굵은, 때이른 큰 호박벌들까지 초청하여, 아주 성대하게 벌렸다. 늦 봄에 진갑마저 끝나가자마자 새 살림을 차리느라고 무허가로 새 집을 신축하고 입주한 붉은머리 오목눈이 꼬마 새 부부 한쌍이 사는 집에는 며칠사이 벌써 다섯 식구들이나 늘었다 !
작은 새 아가 옥색 알들은 포대기에 쌓여서 영산홍 꽃잎동네의 나뭇가지에 지은 새 집에서 마치 그네타 듯 초여름 바람에 흔들리며 태어나서 어미새의 날개를 이불삼아 곤한 잠을 자고 있다.,,!
이번에 입주한 붉은머리 오목눈이 꼬마 박새 한쌍은 지난 해, 성모상 바로 뒤에 있는 아주 탐스럽던 진홍색 영산홍 꽃잎들이 무성한 가지에 집을 지었었으나, 금년에는 신도들이 자주 왕래하며 소맷자락으로 스치는 현관 앞길가 영산홍 잔가지에다가, 아주 과묵하고 으젖하게 설계도 한장없이 새로 새 집을 지었다. 우리 사람들을 이렇듯 믿고, 좋아하며, 같이 살고자 한다.(2020.05.14. 양평본당 곡수리 공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