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공소, 곡수성당 지붕과 천정에서부터 새어 내리는 빗물받이 대야와 양푼과
양동이에 떨어지는 차분하고 은은한 저 빗물 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장마철마다
이미 전에도 몇번 들려오던 귀에 익은 주님의 강론, 무거운 말씀의 무서운 노래
산골 공소 곡수성당 지붕에서부터 새어내려 천정으로 해서 성당 바닥 걸상 밑으로까지 새어 내리는 빗물받이 대야와 양푼과 양동이에 차분하게 떨어지는 빗물의 물방울 소리, 그 거룩한 의미와 가치와 교훈을 너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였단 말이냐 ! ?
비가 쏟아지면 지붕 이음새로 새어내리는 빗물이 천정 위에 여기저기 고여서, 이제는 천정 전등 줄을 타고 내려와, 성당 제대 독서대 앞의 신자석 주변에까지 사방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받느라, 양푼과 양동이, 대야들이 총 동원되었습니다. 주일 헌금이 이번 주일에는 9만 6천원이나 된답니다. 평소 10만원 내외라서, 보수공사는 난감한 지경인데,,,
그래도 20여년 전, 그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 시골 공소 교우들이 산나물도 뜯어서 팔고, 잣나무 묘목도 심고 하면서, 본당 신부님께 매달리며, 모자라는 성금으로 공소 성당을 짓느라고 건축물 기본 구조조차 제대로 다 마무리 하기도 어렵던 때, 우선 대강 꾸며서 미사를 드리는 것만으로도 매주 기쁨이 넘치던 감격이었답니다. 가난을 이겨가며 주님의 성당을 세우던 얼마나 위대하고 거룩한 평신도들이었던가 !!?,,,,
그러나 엎친데 덮친다는 격으로, 본당은 큰 화재로 전소되어, 본당신부님은 천막 미사로, 당시 매일 실제로 울며불며 걱정하며 미사를 드리던 때, 그래도 억척같은 농촌의 그리 많지 않은 몇몇 신문 교우들이 힘을 합쳐 기도를 바치면서, 세운 곡수리 공소 성당입니다.
그런데, 재작년 여름부터인가 비가 좀 심하게 쏟아지면 성당 지붕이 새고, 이어서 성당 천정에까지 흘러 내린 빗물이 여기저기 바닥으로 떨어져 흐르더니, 이번엔, 성당 천정에 매달린 전등의 전기줄을 타고 빗물이 흘러내리자, 이번에는 누전 화재위험까지 생겨 성당의 메인 전원 스윗치를 끄는 것이 낫다는 본당의 권고까지 내렸답니다.
성당 안에 갖다 놓은 빗물받이 양푼과 양동이와 큰 대야에 떨어지는 빗물방울 소리는 곡수 공소 성당이 소리없이 곡(哭)하며, 속으로만 울고 흘리는 눈물이라 느끼며, [하늘도 땅도 남몰래 함께 눈물 흘리며 한 쌍이 되어 운다오 !,乾坤暗雙涕 !]-(초정 박제가의 이벽성조 만사 애도시 尾辭), 이제는 하늘도 그만 울고 비를 그쳐주기를 기도하였습니다.
비가 그치고 날씨가 더워지면 성당 바닥도 마르고, 천정도 마르고, 지붕도 마르고, 덩달아 마른 돈 주머니도 더욱 마르고 텅 비어서, 걱정마져도 모두 아주 바짝 마르기 때문에, 내년 장마 때까지는 모두가 미루고, 또 다시 잊어버리고, 또 미루며 사는 것이, 우리네 민초(民草)들 여럿이 하는 일이기에 ,,,! 많은 이가 모두 책임진다는 것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인간사회 각계 각층의 매사가 같답니다. !
공소는 본당의 어머니요, 교구의 할머니며, 난국에는 교회의 수호자로서, 6.25 사변 때 서울 명동 대성당과 혜화동 성신대학,그리고 전국 주요 성당들이 모두 침묵 속에서 숨소리도 죽이며, 아예 숨을 거두어 가고 있을 때에도, 성모님께 바치는 시골 공소신도들의 간절한 기도 소리만은 그치지 않았으니, 시골 공소들 만은 그래도 한국천주교회가 살아서 숨쉬고 있고 맥박이 뛰고 있는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忍死延生 - 황사영 帛書).
특히, 오늘날처럼 교회 안에도 수백만 명의 천주교회 회원들은 많아서 야단들이지만, 천주교회의 진솔한 신앙인들은 매우 드물고 아주 드문 시기라서,,,! 금년처럼 장마철에도 아주 끄떡없다고 늘 목에 힘주며 뻐기고 뽑내며 으시대던 三峽 댐의 中原 대인들과, 드높은 태평양의 물나라 파도 소리에 장단이라도 맟추듯, 땅님도 춤을 추며, 천상천하에 가장 착하고 정직하며 정확한 나라로 알려진, 섬 나라 사람들도 잠못 이루게 하는 日本에서도, 요사이는 높은 하늘을 탓하는 哭水 소리가 멈출줄 모르는 시절이기에 ,,,!
曲水공소, 曲水聖堂에서는, 나날이 허덕이며, 그래도 가까스로 여든 고개 너머 삼년이나 더 늙은 아주 낡은, 그러나 아직도 빼먹지 않고 매일 미사를 올리는 사제가 있는 曲水聖堂 !,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코로나가 설치며 훼방놓고 가는 바람에, 그나마 텅 비어가는 성당에서, 못난 늙은 사제의 낡은 목소리가 끊임없이, 그침없이, 날마다 울려나오고 있답니다. 힌 구름 뚫고 오르며 아홉 하늘 저 위의 천국문 앞에까지, 아직도 옛날처럼 심산궁곡에서 울려퍼지던 힘찬 목소리가,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 <2022. 7. 15. ,-Msgr. Byon>
제목 | 곡수성당 현관 위에 큰 말 벌집(2022.07.18)과 장맛비에 성당 천정 누수현상(2022.07.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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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Msgr. Byon / 등록일 : 2022-07-18 (조회 : 5) |
-2022. 7. 14. Msgr.. B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