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가 아닌 사람이 그 누구랴?
천진암 성지 주변에 살고 있는교우들 중에 천진회원들이 성금을 거두고 음식을 만들어 따뜻한 점심을 무료로 하게 하였다. 매년 6월 24일에 거행되는 한국천주교회창립기념행사에 오는 장애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만 성지에서 점심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 10월 12일 주일에는 좀 예외였다. 지난 달의 외국인 노동자들처럼 모두들 매우 기뻐하였다.
앞을 못보거나 말을 못하거나 일어서지를 못하여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자 형제들을 대하면서 이들의 순수하고 진솔하고 소박한 마음씨와 깨끗한 정신과 착하고 정직한 그 성격에 고개숙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악한 세상에도 이처럼 착하고 담박한 인격자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쁜 일인가?
온 몸이 성하여 자유자재로 걸어다니고 말하며 생활하는, 이른 바 정상적으로 건강한 우리들은 정신과 마음과 영혼과 인격면에서 장애자들이 아닌 자들이 얼마나 될까? 육체적인 장애자들보다 정신적인 장애자들이 더 불행한 장애자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특히 돈이나 권력이나 지식이 좀 있다고 하여 뻐기고 뽑내고 으시대며 없는 이들을,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고 서글프게 하는 인격 장애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더우기 자신의 장애내용을 알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이들은 육체적인 겸손하고 정직한 장애자들만도 못하지 않은가?
심각한 장애상태의 위급한 문제 속에 처해 있으면서, 철저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사람들한테서 치료적인 장애문제 해결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진리의 목소리를 못 알아듣거나 알아듣고도 외면하며,진실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거나 억지로 못본체하는 정신적인 장애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기와 질투,과욕과 사기, 중상모략과 증오심, 복수심 등으로 끓고타는 이들 중에는 불치의 장애자들이 적지 않음을 서글퍼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종교, 군사, 과학, 등 많은 분야가 정신적 장애자들이 꼴값을 떨며, 연극을 펼치는 무대같이만 느껴지는 것자체도 장애현상이 아닐까? 온전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정신적으로 과도한 장애를 겪으며 우리는 이 짧은 인생을 이 험한 세상에서 이 빠른 세월을 타고 살고 가는 반짝 인생,여름 밤 초저녁을 날아가며 사라지는 반듸불 인생이 아닌가?
2003/10/12 주일 낮12시, / 천진암 성지 낮미사 중 / 변기영 신부의 강론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