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 신부님(Victor Miller, S.D.B.)은 한국 살레시오수도회의 최초 수련장으로서, 1960년에 입국하여 많은 고생을 하시며, 거룩한 모범으로 많은 일을 하신 분입니다. 한국 성(姓)을 白氏로 정하여, 당시에는 白神父님이라고 불렀습니다. 백신부님은 벨지움 고국에서 이 달, 8월 2일에 병자 성사를 받고, 86세(1926~2012)로 선종하셨다는 부고가 어제서야 제게 도착하였습니다. 지난 5월 하순 로마에까지 갔을 때, 벨지움을 가려고 했으나, 로마 체류기간 11일 동안에 할 일이 너무 폭주한데다가 필자도 건강이 여의치 않아, 전화 통화만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밀러 신부님은 1962년에 전남 광주 태봉산 옆에 있던 살레시오중고등학교 체육관 1층을 수련소로 삼아 제1회 한국인 수련자들 15명을 받아 수련을 시켰고, 이듬 해 봄 3월에, 그 중 6명이 첫 허원을 하게 하였는데, 그 첫 수련, 허원자들 중에는 필자(수원교구 변기영 신부)와 김영배 신부(수원 교구), 송기인 신부(부산교구)가 있습니다.
1961년 4월 5일, 필자는 21세 지원자로, 밀러신부님과 서울 영등포 도림동 성당에서 수입 중고차 시보레 찦으로 단 둘이 출발하였는데, 아스팔트 포장 길은 서울에서 시흥까지만 2차선이 되어 있어서, 비포장도로로 3차례나 펑크난 타이어를 자전거포에서 어거지로 때워서 갈아끼우면서, 전남 광주 중흥동 살레시오수도원에는 밤 12시에서야 온 몸이 먼지로 덮혀 도착하였습니다.
아주 착하고 명랑하고 좋으신 분입니다. 적지 않은 초기 한국 살레시오회원들이 백신부님의 보살핌으로 사제가 되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위령미사를 드립니다. 천진암 변기영 몬시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