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만 순례오는 천진암 성지의 無法者 2집 가족들의 순례 이야기,!
<우리 홈 페이지에는 늘 공자 말씀같은 딱딱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편인데, 더위만 먹지 말고, 소화제도 먹어야 하겠기에 천진암 성지에 금지된, [야간 순례단] 이야기를,,.>
저녁마다 저녁식사 후, 직원들의 묵주 기도가 끝나면, 매일 밤 어김없이 천진암 성지 대성당 터에는 고라니나 노루 가족들과 산돼지 가족 형제분들이 순례를 나오시는데, 고라니들은 너더댓 마리씩, 때로는 한두 마리 귀여운 새끼 고라니들을 데리고 오기도 하고, 산돼지들도 한두 마리씩 9시경이면 으레 야간에 순례하러 와서, 너구리들과 함께, 낮에 칠칠치 못한 순례자들이 흘리고 간 찌꺼기나, 떨어뜨린 과자 부스러기들을 먹고싶어서가 아니라, 우리 몇 명 안되는 직원들을 도와서, 성지 청소에 무료봉사하고자, 주워 먹고 돌아가는데, 엊그제는 산돼지들만 20 여 마리 정도 한 떼가 한꺼번에 와서 법석을 떨기에 좀 자세히 세어보니, 큰 어미돼지 3마리와 새끼돼지 16마리였습니다.
이제는 우리 자동차 소리와 불빛에 친숙해졌는지, 불 키고 가는 자동차 앞에 4, 5미터 가까이서도 불빛이나 자동차 소리도 모른 체 하면서, 어떤 땐는 길을 비키지도 않고, 아주 제법 방귀께나 뀌는 양반 나리님이나 되시는지, 巨物답게, 또 때로는 아예 뒤따라가는 자동차를 쳐다보지도 않고, 뛰지도 않고, 어슬렁어슬렁 차 앞에서 걸어갈 적도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설마 자기들의 야간 순례를 훼방하지야 않겠지 하며, 우리를 믿고 온 것이 분명합니다. 일반 가정이나 본당이나 다른데서는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천진암 성지에서는 일체 동물 사냥이나 식물 채취를 엄금하고 있어서, 능선 넘어에서 사냥꾼들한테 쫓긴 야생동물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어서, 밤길에 직원들의 차를 만나도 야생동물들이 맘놓고 푹은하게 제 고향에 돌아온듯 살기 때문이리라.
며칠 전에는 꽤 큰 중돛이나 되는 녀석이, 글쎄 고참 능참봉도 몰라보고, 가는 길 한 가운데로 또 어슬렁거리며 비켜주지도 않고, 거드름을 피다가, 좀 괘씸하게 여기는 우리 일꾼 자동차의 앞밤바에 부딪혀 넘어지는 바람에, 뒹굴며 앞바퀴에 갈려서, 차 밑에까지 깔렸었는데, 죽은 줄 알았더니, 일어나서 혼쭐이 났는지, 그냥 내튀며 머리로 받았는지, 자동차 수리비만 다음날 30여만 원 견적이 나왔기에, 그 후부터는, 순례시간을 어기고, 제 멋대로 밤에만 오는 天眞山의 이 불청객 순례 객들을 아주 정중히 뫼시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야간 순례자들이 나타나면, 차를 멈추고, 그 터주대감들이(?) 순례를 마치고 지나가도록, 스스로가 길을 비켜줄 때를 좀 기다리기도 하는데, 너구리, 산토끼, 노루, 고라니, 산돼지, 부엉이, 올빼미, 등, 앵자산의 토박이 콧대 높은 형제들의 세도와 텃세가 생각보다는 무시 못 할 만큼 으젖한 편입니다.
인도에 가서 뉴델리 시내를 다니다가 한번은 사거리 큰 길에 서서 보니, 오고가는 자동차들이나 교통순경들을 우습고 하찮게 여기듯(?), 뒤에서나 앞에서나, [귀찮게 굴지 말고 좀 가만히 있도록 하오!] 하는 눈빛으로, 원자탄이 뒤에서 터져도 뛰지 않을 기세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인도의 저 牛公들(소)의 용기와 지혜와 담력과 지조를 보면서, 우리를 믿고 당황하지 않고 제 발걸음을 옮기는 이 야간 순례단들을 본받아, 우리도 언제나 무슨 일에 어느 누구를 만나거나 아무것도 겁내지 말고, 태연하고도 당당하게, 가던 걸음 늦추지도 말고, 서둘지도 말고, 앞으로, 또 앞으로, 걸어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능참봉들은 이 야간 순례단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 적지 않습니다.
<관련 사진은 천진암 홈페지, Photos 난의 [풍경 1,2,3]에 있습니다.> Msgr. B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