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산골 성지 오르는 오솔길이
눈 내리고 얼면 추울까봐
소리없이 날아와 쌓여 길을 덮는 낙엽들은
先人들이 미리 보내는 성탄 카드인가
지난 여름 다녀간 순례자들의 연하장인가
엊그제 물마시러 한낮에 내려왔던 너구리와 고라니야
먼 길 달려온 순례자들 먼저 마시고 가게 하자
우리들은 천진산에 살고 있으니
산그늘 짙어지는 해질녘에 다시 오렴
한겨울 바위돌 계곡수 모두 얼어 붙어 사라져도
빙천수 떨어지며 부르는 노래소리 눈속에서 더 맑을 때
눈길 밟으며 내려와서 마음놓고 마시고 가려무나
그 옛날 젊은 우리 선각자 성현들
이벽 정약용 이승훈 권철신 정약종 모두
천하의 賢友賢士 英才들 道友가 衆徒할제
빙천에 혼을 씻고 몸꿇어 손 모으면
기도소리 들렸었지 천진암에서
찬미 소리 울렸었지 천진암에서
선비들이 모였었지 천진암으로
春夏秋冬 흐르는 빙천수 반주 소리도,,,.
새벽에도, 晩秋 夕陽에도, 深夜에도 변함없이
날마다 24시간 365일,
계곡수는 가물어 한겨울 바위 밑에 숨어도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천진암 氷泉水야 !
三千里 적시거라, 無窮花 만발하게!
온 겨레 씻기거라, 힌 옷자락에 묻은 티도.
겨울살이 마련하는 지게 짐이 무거운 天眞山人